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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리야 국립공원의 관문, 크리스탈 마운틴
바하리야 국립공원의 입구는 단촐했다. 1톤 정도의 작은 트럭의 뒤에 간이 티켓 판매소를 만들어 올리고, 그곳에서 입장권을 팔고 있었다. 그게 다였다. (아.. 아치가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뒤엔 어디가나 빠지지 않는 경찰로 보이는 남자들이 몇몇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이미 공지된 입장비는 1인당 5USD였지만, 우리가 막 도착했을 때 또다른 항목이 하나 추가되어 있었다. 캠핑비용을 명목으로 1인당 10LE (이집트 파운드). 그 때문에 헬미가 약간 당황하였다. 입장료 정책이 바뀐지 하루 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자신도 오늘 알았다고 했다.
입장권따로, 캠핑권따로.
화낼 일도 아니었을 뿐더러, 현재 다른 관광지의 인상된 (15 여년전에 비해..) 입장료를 생각하면 싼 편이다. 다만 이런 인상에 대한 아무런 공지가 없었다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매표소 근처에는 다른 관광객을 태운 차량이 몇대 보였다. 몇몇은 답답했는지, 가이드가 티켓을 사는 동안 차량 근처로 나와 기지개를 펴고 있었는데 몇몇의 일본인 관광객이 눈에 띄었다. 헬미가 티켓과 공원 팜플렛을 하나씩 나눠주고는 아흐메드에게 출발신호를 주었다. 해가 점점 지평선쪽으로 기울고 있어 약간 조바심이 났지만, 다행히 다음 들러야 할 크리스탈 마운틴은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 티켓 판매소에서 보았던 관광객들이 표지가 있는 구역에서 무엇인가를 줍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다가갈 즘에 그들은 떠나기 시작했다.
내리자마자 우리차만 남아버렸다.
딴에는 우리가 뷰포인트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고 투덜댔는데, 그들을 보니 우리는 오히려 넉넉한 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무대포 정신으로 매뉴얼을 보고 즉석에서 배워가며 dslr을 들이대느라 짧았을 뿐이었다. 실제로, 차량으로 움직이는 시간 틈틈히 헷갈리는 기능을 사진기의 매뉴얼을 찾아보곤 했었다. E410을 얼떨결에 받게 됐을 때에는 머리 아프다며 서랍 구석에 사진기와 함께 쑤셔넣어뒀던 기본 매뉴얼인데, 막상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달려드니 dslr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사람 마음... 참 신기할 뿐이다. 같은 제작사의 상위 기종인 E510을 가진 Y와 사진기를 비교해볼 수 있어서 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가끔 빌려 찍기도 하고, Y가 찍는 포인트는 내버려두고 다른 포인트를 찍기도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많이 아쉽다. 그때에는 사진찍을 시간이 부족해서 다양한 사진을 찍기 위해 그랬던거였는데, 자료사진을 남길 생각에 내 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사진 사용에 대해 허락은 다 받았지만 내 사진으로 포스팅해야 더 의미가 크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고 있으니 참으로 문제다. 덕분에 요새 여행사진을 포스팅하다가 실수를 하기도 했다. 후..... 얘기가 옆으로 새어버렸군....
J와 S가 정신없이 스냅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헬미와 함께 기암석 근처로 갔다. 헬미가 설명을 해줬는데, 내용이 잘 기억 나지 않는다. 주변에는 경계선이 있어 관광객의 접근을 막아 보호하고 있었다. 적어도, 자산을 보호하겠다는 이집트 정부의 의지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크리스탈 마운틴이라고 명명된 곳에 주인공처럼 자리 잡은 괴암석을 보니 아이러니한 느낌이었다. 그 의견엔 다들 동의.
표면에 형성된 모양과 무늬가 흥미로운 모습.
괴암석 부근에 펼쳐진 모래밭의 주변으로 또다른 표지가 있었는데, 가이드들이 크리스탈이라고 주장하는 돌조각을 줍는 행위가 허용된 구역이었다. 헬미가 마음에 드는 돌멩이를 찾아보라면서, 다른 관광객을 위해 소량만 수집하라고 부탁했다. "정말 이 돌이 크리스탈일까요?" S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는 내 안의 의심을 그대로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난 안믿겨요. 그냥 성분이 비슷한 석영쯤 되겠죠. 다이아몬드랑 석탄이 그렇잖아요." 내 비교가 너무 과했는지, J가 소리내 웃었다. "에이.. 언니. 석탄은 좀 심했다." 나도 웃어버렸다. 헬미의 인도에 따라 조심스럽게 마운틴이라고 하기엔 좀 무색한 아주 낮은 언덕을 향해 올라갔다. 다른 여행객들의 일정에 비해 늦어지고 있는 우리 일정이지만 덕분에 모든 뷰포인트에서 전세내다시피했다. 마치 우리의 의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 봐! 이래서 크리스탈 마운틴이라구.' 라고 주장하는 암석들이 언덕 위 여기저기 숨어 있었다. 강원도 지역의 기념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수정 결정이 촘촘히 박힌 바위를 통째로 들어다 놓은 모습에 비하면 그 빛이 퇴색해보이기는 하지만, 한낮의 햇볕이라면 좀더 멋지게 반짝거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언덕 위의 암석
퇴적층 표면에 형성된 석영의 모습
땅밑의 퇴적층으로 있다가 석영이 형성된 모양이다. 살아있는 생물인 듯 결정을 이루어 표면을 뒤덮고 있는 모습은 충분히 신기해보였다. 적어도 내게는 살아 있는 생물의 화석처럼 느껴졌다. 마치 산호가 서로 엉겨붙어 죽은 뒤에 아름다운 모습을 형성한 듯이.... 사진으로는 그 느낌이 잘 살아 나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나에게는 석영이 맺힌 바위보다 여기저기 섞여 있는 기암석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고대 유적지와 문화재에 더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은 생긴 모양이다. '호주나 미국의 사막여행은 어떨까...' 이내 고개를 흔들어 망상을 떨쳐냈다. 헬미가 서두르며 내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크리스탈 마운틴에서 20여분달려 백사막 입구에 도착했다. 베드윈들이 안내하는 다른 이동로가 있다면 백사막 입구라고 단정할 수 없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랬다. 마침 태양이 지평선으로 떨어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우리는 모래 밭에 앉아 기울기 시작한 해를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의 모래밭은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로 인해 모래밭 부근부근 하얀 암석이 더욱 도드라져보였다. 멍하니 일몰을 바라보는 것 잠시뿐, 우리 모두 시간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약 5분동안만 그 곳에 머무르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일몰이 끝나기 전에 서둘러 다음 지역으로 가야했다.
![091118_enter_001[1].jpg 091118_enter_001[1].jpg](http://webhard.bluemarble.travel:8000/ImageBank/egypt09B/091118_enter_001[1].jpg)
![091118_enter_002[1].jpg 091118_enter_002[1].jpg](http://webhard.bluemarble.travel:8000/ImageBank/egypt09B/091118_enter_002[1].jpg)
백사막을 가로지르는데 아흐메드가 헬미에게 뭐라고 중얼거린다. 헬미가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Icecream zone이라고 소개했다. 다소 멀리 있기는 했지만 정말 아이스크림 처럼 동그랗게 전용수저로 퍼 얹은듯한 바윗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동하는 경로상에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아흐메드가 물어본 듯했다. 헬미가 우리에게 전했다. "들렸다 갈까요?" "시간이 없잖아요? 어두워지고 있어요. 사진을 남기고 싶은데, 내일 갈 수 없을까요? " 헬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흐메드에게 지시한다. "얘들 사진찍고 싶데. 내일 가자." 이집트를 떠나온지 20년이 넘었는데, 쉬운 아랍어는 아직도 들린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 사실을 아는 헬미도 내 앞에서는 말을 조심하는 편이다. 헬미는 훌륭한 보호자였고, 가이드였기 때문에 그를 흉볼일은 전혀 없었지만, 우리도 한국어를 제법 알아듣는 헬미 앞에서는 대화에 조심해야했다. 5분 정도 이동하고 나니 하얀 바위가 모여있는 장소가 나타났다.
"버섯바위입니다." 헬미는 지역명을 소개하더니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라고 했다. 차에서 내리니 일몰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시간이었다. 일몰도 찍고 싶었고, 경치도 찍고 싶었고, 기념사진도 찍어야 하니 다들 정신줄 놓을 지경. 어두워 흔들린 사진이 태반이었기에 다들 이미 넘어가버린 햇볕을 아쉬워했다. 특히 나는 삼각대가 없어서 완전히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괜찮아... 나에겐 포토샵이 있다능.....)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노출 보정에 의한 표현차이를 공부할 수 있었다. 다소 미숙하지만 분위기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어 만족했다. 덤으로 잘찍힌 인물사진이 풍경 못지않게 멋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잘찍은 게 아니고 모델들이 훌륭했던 거지. ㅎㅎㅎㅎㅎㅎ
일몰 직후
여기서 마음에 들었던 사진 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