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

책고양이의 이집트 여행기 12 - 백사막의 나무이야기

조회 수 222 추천 수 0 2010.07.20 09:53:41
책고양이 *.218.233.187

 


그 곳엔 닭 한마리가 있다던데....






간밤을 잘 지냈어도 여행피로가 없을 수는 없다.
덜컹거리는 지프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진심으로 속은 한결 편하고 개운한 상태였지만, 두 다리와 등에 쌓인 피로를 부정할 수가 없었다. 낮게 깔린 아침 태양이 가장 눈부시기에 심리적으로 지치게 만들었다. 제법 잘자고 잘먹은 아침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하룻밤 꼬박 지새운 기분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석회암이 가득한 백사막에서는 너무 눈이 부셔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결국 투덜대면서 썬글라스를 꺼내 썼다가 5분만에 다시 낮게 욕설을 내뱉으며 집어넣어야했다.
"시밤....불편해죽겠네."
생소한 통신용 비속어에 J가 이상한 단어라면서 웃어댔다.
캠프를 떠난 우리의 첫번째 코스는 "Chicken under tree" 혹은 "Bird under Tree"라고도 하드만, 어쩐지 Chicken이 더 마음에 든다.
내가 닭고기를 좋아해서 그러는건 절대로 아니다. 절대로....
바하리야 백사막의 마스코트격이며, Pavv의 TV광고에서 한번 본 적이 있기에 엘 마르수스 이후로 은근히 기대하는 view point이기도 했다.
(설마 광고 속에 날아다니던 매가 저 암탉을 모티브로 한건 아니겠지?) "설마 쪼그만한 바윗돌인건 아니겠죠?"
사진볼 때, 먹을 때와 피곤할 때만 아니면 언제나 수다중인 S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두리번거렸다.
"에이~ 설마...."
다들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기대한 사람은 나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군.....
허허벌판에 받침대까지 이쁘게 구비하신 우리의 암닭양과 나무군은 파란 하늘에 하얀 자태를 뽐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꺄!! 귀엽다.~~~~"
그 크기와 모습은 딱 기대하고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광고 속 모습보다 훨씬 낫다.

091119_tree_001[1].jpg 
우리보다 부지런한 팀이 먼저 와있었다.

이동할때는 시체처럼 기대어 앉아 있던 일행들은 사진찍을 때만 되면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준다.
"사진찍을땐 완전 프로군요."
"ㅋㅋㅋ. 우리는 사진찍을때는 완전 가식모드잖아요. 언니도 좀 가식적으로 웃어봐요."
"포토 스마일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죠. 대신 이런거?"
내가 머플러를 둘러쓰고 포즈를 취하니 나보고 사진 찍는거 안좋아할 거 같으면서도 컨셉모드로 자세 잡는다며 J가 티를 내며 웃어댔다.
"사람들이 죄다 스냅으로 알게끔 찍어줘봐요. "
S와 Y도 덩달아 키득거렸다.

091119_tree_003[1].jpg 
가식 표정대신 컨셉으로.....

세사람이 포즈를 연구(?)하며 열심히 기념촬영을 할 때 나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든 아랍사람들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이집트 사람들은 서로 만나면 마치 오랫만에 만난 것처럼 얼싸안고 인사를 나누곤 한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이 곳도 예외는 아니다. 가는 관광지마다 베드윈들이 서로 만나기라도 하면 정말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게 보통이다.
궁금하기도 하다, 정말 친해서 저러는 걸까...
먼저 와있던 여행객들이 출발준비를 하는 모양인데, 베드윈들이 서로 수다떠느라 아주 조금 지체되고 있었다.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닌 듯했는데, 여유롭게 다니고 싶었는지 두대의 차량으로 움직이는 팀이었다. 두 대의 흰색 지프와 붉은색 지프 한대...
왠지 얘기가 느껴지는 풍경이라 놓칠 수가 없었다. 어디로 도망갈 암탉도 아니니 지프 두대가 떠나는 풍경을 담아보고 싶어서 주인공들은 잠시 뒤로하고 주변 풍경에 열중했다.
"Chicken under tree"가 괜히 "이집트 바하리야 백사막 국립공원"의 마스코트인건 아닌듯 싶다.
유난히 하얀 석회암 바위들이 가득한 주변 풍경은 우리가 둘러본 백사막의 전경 중에서 가장 별나라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올망졸망한 조각바위들을 주변에 뿌려놓고 나무와 암탉이 들어앉아있으니 제법 멋진 풍경일 수 밖에 없었다.

091119_tree_005[1].jpg
091119_tree_007[1].jpg

"Hurry up!"
아놔...
이제 암탉이랑 놀아볼까 하는데 헬미의 허리업이 시작되었다. Dslr조작한다고 어버버하는 동안에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굿바이 암탉...
언젠가 기회되면 또 한번 보자꾸나. 그래도 함께 있었다는 증명사진은 찍어야 하지 않겠니?
흑사막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단체기념촬영을 한 후, 다음 지역으로 부지런히 이동했다.

091119_tree_008[1].jpg



Santa Acasia
백사막 한가운데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아카시아 한그루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별일이네. 나무가 있네."
들판에 망아지 방목하듯이 '니들 맘대로 놀으세요.' 모드로 우리를 내버려두던 헬미가 큰소리로 일행들을 부르며 오라고 손짓했다.
그가 있는 바위 언덕으로 쪼르르 달려가보니 우리를 이상한 구덩이가 있는 곳으로 이끌고 갔다.
"이 것은 악마의 구덩이?"
....
실없는 장난을 쳤는데 통했다. 이내 헬미가 우리에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기억이 어렴풋해 언제적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무가 있는 그 지역은 과거 한때 로마인들이 마을을 짓고 거주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 나무와 우물터가 유일하게 남은 마을의 흔적이라나. 우물터와 나무가 자리잡은 너른 바위언덕은 바람이 만들어놓은 자국만이 가득했다.

091119_santa_007[1].jpg091119_santa_008[1].jpg
우물터

"우물이라면서 왜 이렇게 작아?"
S가 J에게 묻는다.
"낸들 아니?"
"사막이라서 그런거 아냐? 입구가 넓으면 물이 마를거 아냐."
Y가 추측해본다.
"오~~~~~~~ 그럴듯 한데."
시큰둥해할법도 한데, 뭔가 열심히 화두를 만드려고 하는 모습이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사막 한가운데에서 뭐한다고 로마사람들이 여기서 살았데요?"
대충 감이 올 것 같기도 했지만 다짜고짜 헬미에게 물어보았다.
저렴한 영어 걱정은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다들 되는데로 단어를 나열해가며 대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콩글리쉬를 상대방이 알아듣는지는 모를일이다. 감사하게도 헬미는 알아듣는다. ㅎㅎㅎㅎ)
다들 눈을 반짝이며 헬미를 돌아보았지만, 네명의 시선에 그는 어쩔줄 몰라했다.
'앗차... 질문 잘못했다.'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머쓱해하더니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리곤 바로 다음 타겟으로 돌려 아카시아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무리 사막 한가운데의 나무라지만 뭐가 별났다고 "El Santa"라며 성스러운 의미를 갖다 붙인걸까 도리질을 하다가 헬미의 설명을 듣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설명에 다들 탄식부터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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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았을 때 키작은 나무로만 보였던 아카시아는 한번 벼락을 맞고 쓰러진 불구의 몸을 갖고 있었다. 이름에 대한 의문은 곧바로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바뀐다.
옛우물터도 말라버린 척박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깊게 뿌리를 박은 채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징글징글하게 뿌리를 깊게 박는다는 그 유명한 아카시아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충분이 경탄받을만 하지 않은가?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나무는 아카시아가 아닌 아까시라고 하는게 맞다고 한다. 아까시와 아카시아는 전혀 다른 나무다.)
내가 아카시아와 주변 환경에 미쳐 뛰어다니는 동안 기념촬영 포인트는 기가막히게 잡는 일행들...
"언니~ 이리와봐요. 다른데 다 필요없어. 여기서 찍으면 끝이네!"
"캬.... 이름표까지 있네."
이 곳에서는 단체사진 대신 개인 기념촬영...
따뜻한 햇볕이 좋다며 다른 사람들이 잠시 바위 언덕에 앉아 쉬는 동안, 나는 여전히 바빴다.
El Santa Acasia의 외로운 모습을 담아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녀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헬미의 허리업이 또 나오고야 말았다.

091119_santa_000[1].jpg 
같은 장소에서 다르게 사진찍는 네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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