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

터키항공으로 선택했을 때, 블루마블에선 상당히 고민하는 눈치였었다.
"저기.. 그러니깐요.. 요금이 싸서 좋긴 한데 비행기 상태도 좀 그렇고, 승무원 서비스도 좀... 안좋은 편이거든요."
"괜찮아요. 러시아항공은 대기시간이 12시간에 비행기도 그렇고, 서비스도 훨씬 더 나쁘다면서요."
"아니. 뭐.. 그렇긴 하지만..... 하여튼, 전 미리 알려드렸어요."
동행들도 그 얘기를 같이 들었지만,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바람에 오히려 내가 놀랬다.
"아무렴 어때요. 우리도 불량 승무원이거든요. 다 이해할 수 있어요. ㅋㅋㅋ."
"맞아. 맞아. 우리 비행기도 좀 후진 편이지. 우리 보험도 들어있잖아요. 추락만 안하면 돼요. 여행만 즐거우면 되는 거지."
'ㅡ_ㅡ; 아니 님들아.. 너무 쿨한거 아니심?'
9시 조금 못미쳐 탑승수속을 마친 우리는 모든 식당이 영업을 종료해버리는 바람에 저녁을 먹으려던 계획이 완전히 무산되었다.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어디선가 과자와 빵을 한보따리 사오더니 배고프다며 빵을 먹기 시작했다. 나 역시 배고팠지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 조금씩 천천히 뜯어먹었다.
'급하게 먹다가 탈나면 곤란하잖아? 기내식도 나올텐데 뭐...'
17일 0시를 향해 달려가는 적막한 시간의 대기실에서 우리 네 명만 발랄 모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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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게이트가 열리고, 우리는 브릿지(공항 게이트와 항공기를 연결해주는 통로)를 통해 줄지어 입장하는 와중에서도 셀카질을 해댔다.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며 무엇인가 나누어주는 첫번째 승무원과 조우했다.
"우와! 슬리퍼 준다!"
"이야~ 세면키트좀 봐 완전 귀엽다."
"꺄~ 담요좀 봐 진짜 이쁘다."
"..."
슬금슬금 좌석으로 기어들어가는 나를 보면서 S가 말했다.
"언니, 우리가 좀 챙피하죠?"
"... 조..조금....."
"우와! J야, 이거 좀 봐!! 좌석 앞에 모니터도 달렸어."
"나도 봤어!! 같은 기종인데 우리 거랑 왜이렇게 다르니?"
"손님들도 엄청 얌전하고 조용해. 자정이라 그런가?"
"후... 님들아. 이젠 완전 챙피해요."
J와 S는 키득거렸다.
잔뜩 상기되어 애들처럼 신나 종알거리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말로는 챙피하다고는 했지만, 사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앞섰다.  비행기를 승무원으로서 타는 것과 손님으로 타는 것은 정말 다르겠지. 수학여행가는 애들처럼 떠드는 J와 S를 옆에 두고 Y와 눈이 마주치자 서로 알듯 말듯한 미소를 주고 받았다.
몇개월 전에 퇴사한 Y는 오히려 뛰어난 외국어 실력때문에 비행보다는 지상근무위주로만 일했다고 했다. 비행을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사람. 하지만 비행하는 승무원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 Y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솔직히 말해서, 나 역시 별로 항공기 상태라든가 서비스 나쁜거 별로 모르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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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앞좌석 등받이에 달린 모니터를 통해 방송이 시작되었다.
승무원들 방송준비 안하니깐 편하겠다는 둥,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가 섹시하다는 둥, 또 한바탕 평가가 시작되었고, 통로 건너 왼쪽 창가 자리에 앉은 터키국적으로 보이는 여자가 힐끔힐끔 우리를 쳐다보았다. 눈총을 받을 정도로 떠들어댄건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피곤해할 시간임에 분명했기에 조금 자중하자고 하자 다들 금새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도 잠시 가장 왼쪽의 J와 가장 오른쪽의 S의 대화가 다시 시작됐다.
"우와, J야, 이거봐. 리모콘도 있어. 전화도 된다? 내가 걸어볼까? 우리 시끄러우니까 전화로 통화하자."
미처 몰랐던 사실. 좌석번호를 누르면 그 좌석의 리모콘으로 통화가 가능했다.
"S야! 내가 알아냈어. 우아 이거 신기하다."
"어. 들린다. 들린다. 다른 좌석으로 장난 전화하면 혼나겠지?"
사용방법을 알아내서 진짜로 전화로 통화하며 장난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그만 허리를 완전히 접고 낄낄거리고 웃어야 했다.
"야. 야. 우리 때문에 언니 웃다가 죽겠다. 그만하자."
참고로. 전화는 걸때도, 받을때도 전화기 전원을 먼저 켜야하기 때문에 장난전화는 안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진짜 장난전화 걸었다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식사가 나왔다. 사진 찍을 생각에 나는 무조건 J가 시키는 메뉴와 다른 메뉴를 고르기로 작정했다. 나는 불고기(왼쪽), J는 비빔밥(오른쪽).
터키항공 기내식은 비빔밥에 고추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낭설이었다. 심지어 불고기메뉴에도 나왔으니까...
다들 배고프다고 난리였었지만 빵을 먹어서 인지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먹고는 절반 정도 남겼다. 나 역시 소식하는 편이어서 다 먹지는 못하고, 맛없는 찐밥을 남기고 말았다. 심지어 J는 빵을 급하게 먹었는지, 대기실부터 옆구리가 콕콕 쑤신다면서 통증을 호소해왔다.
잘 시간에 들어오는 호출이 싫었던 건지, 아니면 고객 편의를 위해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승무원들이 식사 후 330ml자리 생수병을 나누어줬다. 오히려 편하고 좋았다. 쏟을 염려 없이 옆구리에 끼고 밤새 깨작깨작 마셨으니... 건조한 기내환경은 정말, 괴로웠다.에잉.... 마스크 갖고 올걸..
오늘의 교훈 : 여행시엔 언제나 컨디션 조절에 신경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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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왼쪽: 간식으로 나온 소금기 없는 헤이즐넛. J는 한 개 먹어 보고 맛없다면서 먹는 것을 포기했다. 오히려 난 괜찮았다.
아래 오른쪽: 아침 식사. 다들 익힌 야채는 사절. 나 혼자 꿋꿋이 먹어치웠다. 맛있어서 먹은 건 절대로 아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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